오늘의 양식

미국에서 흔히 보는 습관 중에 거슬리는 습관적 질문이 하나 있다.     사람을 만나면 지나치며 물어보는 의미 없는 ‘How are you?’ 라는 질문이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습관적으로 ‘Fine’ 이라고 대답하고, 질문을 던진 사람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Good’ 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대답할 여유도 없이 스쳐 지나쳐 간다.    

학창시절 하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이 질문을 던질까 시험해 보려 ‘How are you?’ 라고 물어올 때 마다 ‘Bad’ 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열명중 한명 정도만 ‘Bad’ 라는 내 대답을 듣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그이후 나는 상대방의 대답을 듣고 대화를 할 시간이 없으면 ‘How are you?’ 라는 인삿말 대신 ‘좋은 아침’을 말한다. 상대방이 듣던 말던 왠지 좋은 아침을 빌어주는 인삿말에 진심을 싣기가 더 쉬운것 같아서이다.     이와 달리 아주 작은 일이 울적한 기분을 바꾸어 주기도 한다.

지금은 운전을 하고 사무실에 갈때가 더 많지만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이나 맨하탄 미드타운에서 걸어서 사무실을 갈 때는 길가는 사람들을 통해 아침이 밝아지는 경험을 자주 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가 다을 것 처럼 바삐 걸어가다가도 이름 없는 얼굴들중 누군가는 눈에 미소를 담고 가고, 누군가는 아름답게 차리고 꽃을 들고 가고, 또 누군가는 커피샵 문을 열어 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할 때 무표정했던 내 얼굴에도 미소가 돌게 된다. 또 나도 다른 이들에게 같은 친절을 베풀어 혹시라도 침울했던 사람의 기분을 북돋울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것 같은 사람에게도 힘이 빠지는 날이, 몸과 마음이 아픈 날이 있다. 그 기간이 하루가 아니라 한 달 또는 1년이 넘을 때도 있다. 하는 일마다 성공적인 것 같아 만인의 부러움을 사는 이들도 넘어질 때가 있다. 높이 올라갔을 수록 추락도 크게 아프게 한다.     내가 느꼈던 가장 큰 친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기 어려운 친절은 고가의 선물이나 보기 힘든 배려가 아니라 내가 가장 작게 느껴졌을때 걸려온 한 통의 안부 전화였고 마음의 짐때문에 무거운 어깨로 걸어갈때 지나치는 사람이 보여준 친절이었다. 그들은 작은 격려가 무거운 그날을 “세상은 살만한 날”로 바꾸어 주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자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삼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도 드물고 특별히 가족들에게는 격려와 칭찬도 인색하다.

잘 움직이는 기계에도 기름칠을 해주어야 오래 잘 사용할 수 있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힘이 빠지지 않도록 윤활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경제는 어렵고, 정치 소식은 혼란하고, 이민법은 향상되지 않을수록 주변을 둘러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친절이 필요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영국 시인 존 단의 표현처럼 우리는 섬이 아니라 대륙의 일부이며, 대륙의 귀퉁이가 쓸려 내려갈 때 우리도 쓸려 내려간다. 우리 모두는 작은 친절과 격려를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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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yuan Chang